치료받으러 갔는데 감염됐다, 강릉 정형외과 집단감염 사건을 다시 보게 되는 이유
치료받으러 간 병원에서 감염이 시작됐다

863명 가운데 22명 감염, 그중 4명은 숨졌다
병원은 아픈 몸을 치료하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강릉의 한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결국 4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최근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알려졌습니다. 강원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해당 의원의 50대 원장과 간호조무사 2명을 지난 9월 7일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아직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단계입니다.
허리 통증 시술받은 환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863명이 시술받아
보건당국 역학조사결과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해당 의원에서 허리 통증 관련 시술을 받은 환자는 모두 863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22명이 메티실린 감수성 황색포도알균, 즉 MSSA 감염 사례로 확인됐습니다. 감염자 가운데 4명은 패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28일 허리 통증 완화 시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보건당국은 역학조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8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환자 몇 명에게 감염이 발생했다는 점이 아닙니다. 감염 환자와 의료환경, 의료종사자 검체에서 동일 유전자형의 MSSA가 검출되면서 단일 감염원에 의한 집단감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도 확인됐습니다.
조사에서 확인된 감염 위험 행위
보건당국 조사에서는 여러 감염관리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500ml 짜리 생리식염수를 여러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공동 사용했고, 멸균 장갑을 착용하지 않거나 손 위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례도 파악됐습니다. 일부 시술 기구는 멸균되지 않은 상태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컷뉴스는 당시 상황을 보도하면서 생리식염수를 여러 환자의 주사제 혼합에 사용한 정황과 멸균 장갑 미착용, 손 위생 미이행, 비멸균 기구 사용 등을 전했습니다.
보건당국은 해당 의원의 전반적인 위생환경과 주사제 준비, 시술 과정에서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집단감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병원은 왜 폐쇄됐고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나
원장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불구속 송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병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병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잘못은 인정하지만 고의로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부분 역시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질 내용입니다.
해당 의원은 사건 직후 자발적으로 휴업에 들어갔고, 올해 3월 관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의료기관 폐쇄 조치를 받아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컷뉴스는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현장 조사 전에 시술에 사용된 약제가 폐기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건당국이 사용 물품 등을 보존하도록 요청했지만 실제 조사당시 해당 약제가 모두 폐기된 상태였다는 내용입니다.
이번 사건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의료기관의 기본적인 감염관리가 왜 중요한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감염이 한 번 발생했다는 사실보다 치료를 위해 찾은 의료기관에서 감염관리와 관련한 여러 문제가 동시에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물론 경찰이 병원장과 간호조무사를 검찰에 송치했다는 것은 수사가 끝났다는 의미이지 유죄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은 앞으로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통해 이뤄지게 됩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의료기관에서 손 위생과 멸균, 주사제 준비와 기구 관리 같은 기본적인 감염관리 절차가 환자의 안전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어떤 치료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치료가 얼마나 안전한 환경에서 이뤄지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한 의료기관에서 여러 환자가 같은 세균에 감염되고 사망자까지 발생한 경우라면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막는 과정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사건이 1년여에 걸친 수사 끝에 다시 주목받게 된 만큼,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감염이 어떻게 발생했고 각 피고인에게 어떤 책임이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